• 대한전기학회
Mobile QR Code QR CODE : The Transactions of the Korean Institute of Electrical Engineers
  • COPE
  • kcse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 한국학술지인용색인
  • Scopus
  • crossref
  • orcid

  1. (KESCO Electrical Safety Research Institute, Republic of Korea. E-mail : bdr0610@kesco.or.kr, choichyhoo34@kesco.or.kr, km_park@kesco.or.kr, kimenergy@kesco.or.kr, j.lee@kesco.or.kr, azalea@kesco.or.kr, cameleon@kesco.or.kr)



Fire cause identification, Copper conductor, Arc bead, Thermal mark, EBSD, Grain, Texture, Misorientation, Quantitative Analysis

1. 서 론

전기화재는 전력설비 및 주거 환경에서 발생하는 절연 열화, 접속 불량, 과전류 등 다양한 전기적 요인으로 인해 발화하며, 인명 및 재산에 중대한 피해를 야기하는 대표적인 전기사고 유형이다. 화재 조사에서는 전선에 형성된 용융 흔적이 발화 원인 규명의 핵심 단서로 활용되며, 이를 통해 전기적 단락의 발생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구리 도체에서 생성되는 용융 흔적은 전기적 아크에 의해 형성되는 단락흔과 외부 화염에 의해 발생하는 열흔으로 구분되지만, 두 흔적은 외관상 유사하여 육안 또는 광학적 관찰만으로는 정확한 판별이 어려운 실정이다. NFPA 921에서는 용융부와 비용융부의 날카로운 경계, 매끄러운 구형 방울 형태 등 시각적 특징을 단락흔의 식별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이러한 지표는 정성적 판단에 크게 의존하므로 조사자 간 해석 편차가 존재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단락흔과 열흔을 정량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객관적 판별 기준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1].

전통적으로는 광학 현미경 관찰, 화학적 에칭, 표면 산화물 조성 분석 등을 통해 단락흔과 열흔의 미세조직 차이를 구분하려는 연구가 수행되어 왔다. Deng 등[2]은 다양한 단락 전류 조건에서 구리 용융흔의 금속 조직 변화와 산화물 함량을 분석하였으며, Yu 등[3]은 실제 전기화재 현장에서 수거된 용융흔을 대상으로 광학현미경 및 SEM-EDS 분석을 통해 미세조직과 내부 성분의 변화를 조사하였다. Hong 등[4]은 아크 발생 시 작용하는 반발력과 전자기력이 용융흔 외형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적으로 규명하여 외형적 특징(형상, 윤곽)에 기반한 분류 가능성을 제시하였고, Liu 등[5]은 화재 재연 실험을 통해 제작한 단락 용융흔을 광학 및 SEM 관찰과 금속 응고 이론에 따른 수지상 조직 분석으로 특징화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선행연구들은 시각적 특징이나 성분 분석과 같은 정성적 비교에 국한되었으며, 결정방위나 입계 특성 등 미세조직의 결정학적 정보를 정량적으로 제공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닌다.

전자후방산란회절(EBSD, Electron Backscatter Diffraction) 기법은 재료공학은 물론 전기화재 감정 분야에서도 유효한 분석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EBSD는 주사전자현미경(SEM)에 부착된 검출기를 이용하여 시편 표면에서 생성되는 Kikuchi 패턴을 수집·해석함으로써 결정립의 결정방위, 입계 방위차, 재결정 여부 등을 픽셀 단위로 정량화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결정립 크기와 형태, 결정 방위 분포, 입계 특성 및 거동 등 미세조직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미세조직의 변형 이력과 열작용 정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육안·광학·화학 분석 대비 높은 객관성과 재현성을 제공한다[6][7]. 또한 EBSD의 공간 해상도는 수십 나노미터 수준에 달해 금속 조직을 구성하는 미세 결정립의 배열과 방향까지도 분석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정밀한 결정학적 정보는 용융흔의 형성 이력과 원인을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감정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EBSD 분석을 용융흔 감정에 도입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용융·재응고 조직을 정량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선행 연구에서는 아크에 의한 열이력과 고각입계(HAGB, High Angle Grain Boundary) 분포의 상관성, 전기 접속부 과열 시의 결정방위 변화와 재결정 거동, 국부 열변형 및 결정립 성장속도 차이 등을 EBSD로 정량 비교하였으며, EBSD 맵 데이터의 통계적 분석을 통해 단락흔과 열흔을 수치적으로 구별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일부 연구에서는 급속 가열·냉각이 반복되는 아크 환경에서 구리 결정립의 우선 방위가 (001) 방위로 두드러지게 발달하는 반면, 화재열에 장시간 노출된 2차 단락흔에서는 (001) 결정립이 약화되고 등축 결정립과 열변형 조직이 혼재함을 분석하였다. 또한 입계 특성 분포나 결정립 형상비와 같은 지표가 아크 발생 여부에 따라 유의미하게 변화함이 확인되어, 용융흔 분류에 활용할 수 있는 정량 파라미터의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행 연구는 단일 변수 실험 또는 제한된 실험실 환경에서 수행되어 실제 화재 환경의 복합적인 열·전기 상호작용과 예열 상태에서의 단락, 서냉·급랭이 혼재된 열 이력 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주변 열에 노출된 전선에서 단락이 발생하는 시나리오나 점진적 가열 후 단락으로 형성된 용융흔과 같은 현장 기반 상황은 기존 실험 결과만으로는 본 현상의 과정을 규명하기에 미흡하며, 추가적인 분석이 요구된다.

본 연구는 앞서 논의한 선행연구의 한계를 보완하고, EBSD를 활용하여 1차 단락흔, 2차 단락흔, 열흔 간의 미세조직 차이를 체계적이고 정량적으로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수행되었다. 이를 위해 첫째, 상온 상태에서의 활선 단락(1차 단락흔), 약 400 ℃로 예열된 후 발생한 활선 단락(2차 단락흔), 전원 차단 상태에서의 외부 화염 가열(열흔) 등 세 가지 조건을 동일한 구리 전선과 동일한 전처리 조건에서 재현하여 조건 간 비교의 일관성을 확보하였다. 둘째, 각 조건에서 생성된 용융흔을 대상으로 EBSD 분석을 수행하여 결정립 크기 분포, 결정립 형상비, 고각입계 비율 등의 결정학적 지표를 측정하고, 통계적 분석을 통해 지표별 차이의 실효성을 검증하였다. 셋째, 이러한 정량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EBSD를 활용한 분석 기법이 단락흔과 열흔을 판별하는 데 제공할 수 있는 효율성과 신뢰성을 평가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동일 전선에서 발생한 1차·2차 단락흔 및 열흔의 조직학적 차이를 정량적으로 규명함으로써, 전기화재 원인 감정 분야에서 EBSD 기반 미세조직 분석법의 적용 가능성과 활용 가치를 제시한다.

2. 구리 용융흔 EBSD 분석 및 시편 제작

2.1 구리 도체의 열·전기적 특성 및 용융흔 형성 조건

구리는 우수한 전기적·열적 전도성을 지닌 금속으로, 화재 시 외부 열원과 전류의 복합 작용에 따라 국부적으로 용융점(약 1085℃) 이상으로 가열되면 도체 표면에 용융흔이 형성될 수 있다. 특히 구리는 열전도율이 높아 외부 화염에 의해 공급된 열이 주변으로 빠르게 확산하지만, 전기적 단락이 발생하면 도체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여 해당 부위의 저항이 증가한다. 구리의 비저항은 온도에 따라 증가하며, 온도 의존성은 식 (1)과 같이 선형적으로 표현된다[7].

(1)
ρ ( T ) = ρ 0 [ 1 + α ( T T 0 ) ]

여기서 $\rho(T)$는 온도 $T$에서의 비저항, $\rho_{0}$는 기준 온도 T₀에서의 비저항이며 α는 구리의 비저항 온도계수이다.

비저항이 증가하면 단락 지점의 국부 저항도 상승하여 열이 집중하여 발생하고 국부 용융이 가속된다. 단락전류에 의해 발생하는 손실열량 Q는 식(2)으로 나타낼 수 있다[8].

(2)
Q = I 2 R t

여기서 $I$는 단락전류, $R$은 국부 저항, $t$는 전류가 흐른 시간이다. 국부 저항 $R$이나 통전 시간 $t$가 증가할수록 발열량 $Q$는 비례적으로 증가하므로, 단락 지점에서는 국부적인 가열이 더욱 심화되어 용융 및 미세조직 변형이 촉진된다. 이러한 물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구리 도체에는 용융흔이 형성된다. 즉, 외부 열원에 의한 열적 가열 효과와 전기 단락으로 인한 국부 저항 상승 및 Joule 발열 효과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용융흔이 발생한다. 이와 같은 열과 전기 상호작용의 이해는 외부 화염에 의한 용융과 전기 단락에 의한 용융 간 미세조직 차이를 규명하는 중요한 이론적 근거가 된다.

용융 및 응고 과정에서 형성되는 미세조직은 가해진 열원의 종류와 냉각 속도에 크게 결정된다. 열적 용융흔의 경우 전선이 비교적 완만하게 가열되고 서서히 냉각되므로, 미세조직은 주로 조대한 등축 결정립으로 구성되며 결정 방위 분포가 균일해 입계 미소방위차가 작은 특성을 보인다. 반면, 1차 단락흔은 아크 방전에 의해 도체가 매우 짧은 시간 동안 2000℃ 이상의 고온에 노출된 후 즉시 급랭되기 때문에, 큰 온도 구배가 형성되며 매우 미세한 주상 결정립이 성장하고 열 유동 방향을 따라 뚜렷한 방향성이 나타난다. 2차 단락흔은 화재 진행 중 후발적으로 단락이 발생할 때 형성되며, 이 과정에서 기존 조직의 일부가 재용융되거나 열 변형되어 재결정된 미세 결정립과 변형이 남은 상대적으로 큰 결정립이 혼재하는 조직적 특징을 보인다. 냉각 속도가 결정립 크기에 미치는 영향은 식 (3)과 같은 관계로 표현될 수 있다[9].

(3)
d = K v n

여기서 $K$는 상수, $n$은 재료의 물성 및 열이력에 따라 결정되는 지수이며 $v$는 냉각 속도이다. 일반적으로 냉각 속도가 빠를수록 결정립 평균 직경 $d$는 감소하므로, 급속 냉각이 이루어지는 단락 용융흔에서는 매우 미세한 결정립이 형성되고, 반대로 서서히 냉각되는 열적 용융흔에서는 상대적으로 조대립된 결정립이 나타난다. 이러한 냉각 속도에 따른 결정립 성장 특성은 열적 용융흔과 단락 용융흔을 미세조직만으로 구별할 수 있는 중요한 물리적 근거를 제공한다.

2.2 EBSD를 활용한 미세조직 정량 분석 원리 및 적용 방법

용융흔의 미세조직 차이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EBSD를 활용한 정량적 분석 기법을 적용하였다. EBSD는 주사전자현미경에 부착된 결정학적 분석 장치로, 시편의 결정방위와 미세조직 특성을 정량적으로 특징화하는 데 활용된다. 주사전자현미경 전자빔이 시편 표면을 조사하면 결정 내부에서 산란된 후방산란 전자가 Kikuchi 회절 패턴을 형성하며, 이 패턴을 분석함으로써 각 결정립의 결정방위와 입계 방위차 등을 측정할 수 있다. 취득된 데이터는 2차원 결정 방위 지도 형태로 시각화되며, 이를 통해 결정립의 크기 및 형상, 입계 특성 등 다양한 결정학적 지표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Kikuchi 패턴은 시편 결정의 대칭성, 격자 구조 및 결정방위 정보를 반영하며, 그 형성 원리는 브래그 법칙에 따라 이론적으로 설명된다. 결정격자면 간격을 $d$라 할 때, 브래그 법칙은 식 (4)와 같이 주어진다[10].

(4)
n λ = 2 d sin θ

여기서 $n$은 회절 차수, $\lambda$는 입사 전자의 파장, $\theta$는 회절각을 의미한다. EBSD 검출 시스템은 이러한 Kikuchi 패턴을 획득하고, 영상 분석을 통해 개별 결정립의 겹침 없는 결정방위를 산출한다. 획득된 패턴을 해석하여 각 결정립의 결정방위, 결정립 경계의 미소방위차 분포, 쌍정 여부, 국부적 변형 영역 또는 재결정된 영역 등을 정밀하게 판별할 수 있다.

EBSD 분석을 위해서는 시편 표면을 결정 구조가 명확히 드러나도록 평탄하게 연마한 후 주사전자현미경 시료대에 장착하고, 전자빔 입사 효율을 확보하기 위해 약 70°로 기울였다. 본 연구에서는 EBSD 검출기가 장착된 FE-SEM의 가속 전압은 20kV, 프로브 전류는 30nA를 사용하였으며, 전자빔 주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Kikuchi 회절 패턴을 고속 카메라로 실시간 취득한 뒤 전용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결정학적 정보를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각 결정립의 결정방위, 입계방위차 분포, 재결정 영역 등을 계산하였으며, EBSD 분석 결과는 결정 방위 지도와 다양한 정량 지표 형태로 시각화하여 서로 다른 용융흔 시편들의 미세조직을 객관적으로 비교하는 데 활용하였다. EBSD 기법은 육안 관찰이나 광학 현미경에 의존하는 전통적 분석법에 비해 미세조직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 분석자의 주관 개입을 최소화하고 재현성을 크게 향상시킨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도 EBSD를 적용하여 다양한 용융흔 시편 간 미세조직의 차이를 정량적으로 규명하고자 하였다.

2.3 용융흔 생성 및 EBSD 분석용 시편 전처리

본 연구에서는 동일 재질의 구리 전선(단면적 2.5 mm²)을 사용하여 세 종류의 용융흔을 생성하였다. 먼저, 열적 용융흔은 전류를 인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 화염 발생 장치(토치)를 이용하여 전선 말단부를 약 1100 ℃까지 가열하여 생성하였다. 1차 단락흔은 단락전류가 500 A로 제한된 조건에서 활선 상태의 두 전선이 상온상태(25 ℃)에서 접촉하여 순간적으로 발생한 아크 방전에 의해 생성하였다. 2차 용융흔은 화재 진행 중 후발적으로 단락이 발생하는 상황을 재현하였다. 이를 위해 시편 표면에 K-type 열전대를 부착하여 온도를 관찰하면서 외부 화염을 이용해 약 400 ± 10 ℃까지 예열한 뒤, 단락전류가 500 A로 제한된 조건에서 순간적으로 발생한 아크 방전에 의해 생성하였다. 단락 순간의 아크 특성을 고려하여 아크 지속시간은 60 Hz 기준 1.0–1.5 cycle(약 16–25 ms) 범위로 제한하였다. 세 조건에서 형성된 용융흔은 중심부가 정확히 포함되도록 절단한 후, EBSD 분석에 적합한 전도성 마운팅 재료인 PolyFast(열경화성 분말 레진)을 사용하여 마운팅하였다. 용융흔 미세조직 분석을 위해 용융부와 비용융부를 함께 포함하는 중심 종단면을 확보하였다. 이후 기계적 표면 준비를 위해 수냉식 SiC 사포를 이용해 #500 → #1200 → #2400 → #4000 순으로 단계적 연마를 수행하였으며, 각 단계마다 연마 방향을 최소 90°씩 전환하고 이전 단계 연마 흔적이 완전히 제거되었는지 확인하였다. 또한 폴리싱 과정에서는 다이아몬드 서스펜션(6 µm → 3 µm → 1 µm)으로 저하중 폴리싱을 거친 후, 최종 단계에서는 콜로이달 실리카(OP-S)를 사용하여 미세 변형층을 제거하였다. OP-S 폴리싱은 표면의 변형 및 잔류 응력을 화학·기계적으로 완화하여 결정방위 패턴 대비를 향상시키므로, EBSD 분석에서 회절 패턴의 품질과 인덱싱 정확도를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최종 폴리싱 이후에는 초음파 세정과 에어 건조를 통해 잔류 입자와 오염원을 제거하였으며, 표면 산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준비 직후 EBSD 분석을 수행하였다.

3. 용융흔 분석 및 실험 결과

3.1 용융흔 외형적 특징 및 형상 비교

1차 단락흔은 화재 발생 이전 전기적 결함 등으로 인해 일차적으로 발생한 아크에 의해 형성된 흔적이다. 그림 1은 용융된 구리가 표면장력의 영향으로 구형 방울 형태로 응고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용융 망울은 주변 도체 직경보다 크게 팽창되어 있으나, 용융부의 범위는 국부적으로 한정되어 있다. 또한 용융부와 비용융부가 접하는 경계는 비교적 선명하고 급격하게 변화하는 특성이 관찰되며, 이러한 날카로운 경계는 아크 용융흔의 대표적인 외형적 특징으로서 육안 또는 저배율 관찰로도 식별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각적 지표이다.

또한 용융 망울은 원형에 가까운 매끄러운 표면을 보이며, 이는 구리가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용융되었다가 표면장력의 영향으로 구형 방울 형태로 응고되었음을 시사한다. 그림 1의 시편에서는 구형으로 응고된 구리 방울과 원통형 모재가 명확히 구분되며, 비드 표면은 비교적 균일하고 금속 광택이 유지된 모습이 확인된다. 한편, 아크 발생 지점에서는 용융된 구리가 미세하게 비산되면서 비드 주변에 작은 구리 입자가 부착되거나 국부적으로 미세한 함몰 자국이 형성된 것이 관찰된다. 이러한 외형적 특징은 아크 방전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방출되는 열·기계적 고에너지 충격을 반영하는 단서로 해석될 수 있다.

그림 1 1차 단락흔 시편의 외형

Fig. 1 External appearance of a primary arc bead

../../Resources/kiee/KIEE.2025.74.12.2393/fig1.png

2차 단락흔은 이미 진행 중인 화재로 인해 주변 온도가 상승하고 절연 피복이 소실된 상태에서 후발적으로 발생한 전기 아크의 흔적을 의미한다. 그림 2는 본 실험에서 가열된 환경에서 단락이 발생하여 형성된 용융흔의 외형을 나타낸 것이다. 도체 말단에 형성된 점은 1차 단락흔과 동일하나, 2차 단락흔의 형상은 용융부위의 형상이 보다 불규칙하고 표면이 거칠며 요철과 공극이 다수 관찰된다는 차이가 있다. 이는 이미 고온에 장시간 노출된 도체가 연화된 상태에서 아크가 발생하여, 용융 금속이 중력 방향으로 일부 처지거나 늘어진 뒤 응고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한 용융흔이 형성된 영역 주변의 용융·열영향 범위가 1차 단락흔에 비해 넓게 나타나고, 용융부와 비용융부 사이의 경계도 상대적으로 흐리고 완만한 경향을 보인다.

그림 2 2차 단락흔 시편의 외형

Fig. 2 External appearance of a secondary arc bead

../../Resources/kiee/KIEE.2025.74.12.2393/fig2.png

열흔은 전류가 흐르지 않는 상태에서 외부 화염 열만으로 도체가 용융되어 형성된 흔적으로, 전기적 아크가 개입된 1·2차 단락흔과는 발생 원인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림 3은 외열로 구리선을 용융하여 제작한 열흔 시편의 외형을 보여주며, 구리선 말단 전체가 방울형으로 응고된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겉보기에는 단락흔과 마찬가지로 도체 말단에 둥근 용융물이 형성된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열흔에서는 용융 부위가 한쪽으로 늘어지거나 특정 방향으로 편향된 응고 형태가 나타난다. 이는 용융 금속이 아크 방전 없이 중력 방향으로 이동하며 흘러내린 결과이다. 또한 열흔의 표면은 거칠고 산화와 기공 흔적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공기 중에서 장시간 가열된 구리가 두꺼운 산화물층을 형성한 데 따른 것이다. 장시간 노출된 고온 조건에서는 용융 금속 내부의 기포가 표면으로 배출되면서 상대적으로 큰 기공과 수축 자국이 남게 되며, 이러한 표면 특징은 급속 용융·급냉이 이루어지는 용융흔과 명확히 구별된다. 결과적으로, 열흔은 방향성 응고가 약하고 산화·기포 형성이 뚜렷한 외형적 특성을 가지며, 아크로 인한 단락흔과 판별하는 데 유효한 시각적 지표가 된다.

그림 3 열흔 시편의 외형

Fig. 3 External appearance of a thermal mark

../../Resources/kiee/KIEE.2025.74.12.2393/fig3.png

3.2 EBSD 미세조직 특성 평가 방법

본 연구에서는 1차, 2차 단락흔과 열흔이 형성된 구리 전선의 단면 조직을 대상으로 EBSD 분석을 수행하였다. 미세조직 특성 평가는 이미지 품질(IQ, Image Quality) 맵과 입자 형상비(AR, Aspect Ratio) 맵을 중심으로 진행하였다. IQ는 각 화소에서 획득된 회절 패턴의 선명도와 신뢰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결정 내부의 소성 변형 정도, 격자 결함 밀도 및 재결정화 여부를 반영한다. AR은 결정립의 장축 대비 단축의 비를 의미하며, 열 흐름 방향에 따른 응고 조직의 성장 형태와 결정립의 방향성 발달을 평가하는 데 활용된다. AR 값이 1에 가까울수록 등축 결정립에 해당하며, 값이 작아질수록 일방향성으로 성장한 주상 조직의 발달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IQ 및 AR 지표를 통해 용융 및 냉각 과정에서 발생한 결정립 변형, 재결정화 양상, 응고 방향성의 차이를 정량적으로 비교하였다.

EBSD 분석은 주사전자현미경인 ZEISS Gemini SEM에 장착된 EDAX Clarity EBSD Detector Series를 사용하여 수행하였다. 각 용융흔 유형별로 시편 1개를 준비하였으며, 용융부와 비용융부가 모두 포함되도록 대표 단면을 선정하였다. EBSD 공간 해상도와 측정 재현성을 고려하여 step size는 0.3 µm/pixel로 설정하였다. 데이터 신뢰도 확보를 위해 Confidence Index(CI)와 Indexing Rate를 평가하였으며, 후처리 과정에서는 CI가 0.1 미만이거나 indexing이 이루어지지 않은 화소를 제거하였다. 분석 결과, 세 용융흔 유형의 EBSD 데이터는 평균 CI가 0.89 이상, Indexing Rate가 95% 이상으로 확인되어, 세 시편 간 미세조직 비교에 충분한 품질과 신뢰도를 확보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3.2.1 1차 단락흔 AR·IQ 분포를 통한 온도 구배 특성 분석

그림 4에 나타난 1차 단락흔의 AR 분포는 비용융부(좌측)에서 용융부(우측)로 이동할수록 낮은 청색·청록 계열에서 높은 녹색·적색 계열로 변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단락전류에 의한 급속 용융 이후, 고온 영역으로부터 외곽으로 갈수록 온도가 급격히 감소하는 강한 온도 구배가 형성되었고, 이에 따라 방향성 응고가 진행되었음을 의미한다. 중심 용융부에서는 급용융과 급냉 과정으로 인해 결정립이 성장하지 못하고 미세한 불규칙 조직(낮은 AR)이 우세하며, 격자 결함 밀도가 높은 영역으로서 낮은 IQ가 확인된다. 외곽부는 용융에는 이르지 않았으나 고온에 노출되어 열응력에 의해 결정립이 부분적으로 연신되었고, 상대적으로 높은 AR 값을 갖는 등축 조직으로 나타난다. 용융부와 비용융부의 경계에서는 중간 수준의 AR 값이 약 0.5로 관찰되는데, 이는 열전달이 제한되는 경계 영역에서 부분적 재용융 및 재결정화가 발생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같이 중심부에서 외곽부로 갈수록 AR과 IQ가 함께 증가하는 미세조직 구배는 1차 단락 시 발생한 고속 전기적 아크 방전에 따른 열작용에 따른 전형적인 응고 거동을 반영한다.

그림 4 1차 단락흔 미세조직 IQ 및 AR 분포

Fig. 4 EBSD IQ and AR maps of the primary arc bead

../../Resources/kiee/KIEE.2025.74.12.2393/fig4.png

3.2.2 2차 단락흔 AR·IQ 분포를 통한 온도 구배 특성 분석

그림 5에 나타난 2차 단락흔의 미세조직을 보면, 좌측 비용융부 원조직은 주황–적색 계열의 영역(AR 값 약 0.65 이상 1.0 이하)이 우세하여, 비교적 등축에 가까운 결정립으로 구성되어 있다. 용융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은 초기 조직이거나, 화재 열에 의해 재결정화된 조직의 특성을 반영한다. 융합경계 부근에서는 청록–녹색 계열(AR 값 약 0.20 이상 0.38 이하)의 얇은 주상 조직 띠가 연속적으로 관찰되며, 이는 용융부 가장자리에서 용융 후 입계 방향을 따라 성장한 주상 결정립이 형성된 결과로 해석된다. 해당 영역의 IQ는 공간적으로 불균일하게 분포하며, 이는 열작용과 온도 구배에 의해 발생한 잔류 변형 및 저각 결정립계의 존재를 시사한다.

용융부 내부에서는 청록색부터 주황색에 이르는 폭넓은 색상 분포가 공존하며, 주상 조직과 더불어 크게 성장한 재결정 등축 조직이 함께 관찰된다. 이러한 복합 조직은 1차 단락흔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완만한 열 구배와 느린 냉각 속도 하에서 용융부 중심에서 결정립 성장과 재결정화가 동시에 진행된 결과로 해석된다. AR 분포에서도 AR 값이 약 0.30 수준인 중간 범위 조직과 약 0.70 수준의 높은 AR 값을 갖는 조직이 각각 약 14%와 12%의 피크를 나타내어, 주상 조직과 등축 조직이 함께 발달한 이중 조직 특성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영역별 정량적 특징은 표 1에 정리하였다.

그림 5 2차 단락흔 미세조직 IQ 및 AR 분포

Fig. 5 EBSD IQ and AR maps of the secondary arc bead

../../Resources/kiee/KIEE.2025.74.12.2393/fig5.png

3.2.3 열흔 AR·IQ 분포를 통한 온도 구배 특성 분석

그림 6의 열흔 미세조직을 보면, 좌측 원재료 영역은 AR 값이 약 0.65 이상 1.0 이하 범위의 주황–적색 계열 등축·재결정 조직이 우세하며, IQ가 높아 격자 결함 밀도가 낮은 안정한 조직 특성을 보인다. 융합경계 부근에서는 AR 값이 약 0.21 이상 0.39 이하 범위에 해당하는 청록–녹색 계열의 매우 얇은 주상 조직 띠가 나타나는데, 이는 열흔 발생 시 용융부 결정립이 국부적으로 용융되었다가 가장자리에서 응고 방향을 따라 성장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 영역은 온도 구배 대비 응고 속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G/R 조건에서 형성된 것으로, IQ의 불균일성은 열수축과 국부 변형에 따른 저각 결정립계의 존재를 시사한다. 열흔 영향부의 중심으로 갈수록 색상은 황–주황–적색 계열로 점진적으로 전이하며, AR 값이 0.65 이상인 등축·조대 조직이 다수 분포한다. 이는 열흔 형성 과정에서 온도 구배가 매우 완만하고 냉각 속도가 낮아 다수의 등축 결정립이 핵생성과 성장을 반복하며 발달했기 때문이다. AR 히스토그램에서도 0.56 이상 0.65 이하, 0.65 초과 0.74 이하, 0.82 이상 0.91 이하의 구간에서 각각 약 18% 내외의 빈도를 보이것과 비교되어, AR 값이 0.30 미만인 구간은 약 5%로 낮아 주상 조직이 융합경계의 좁은 띠에 제한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AR의 전체 평균은 0.666(표준편차 0.194)으로 높은 AR 영역 쪽으로 분포가 치우쳐 있으며, 왜도 -0.71은 높은 AR 범위 방향으로 긴 꼬리를 갖는 비대칭 분포임을 의미한다. AR 값이 0.65 이상인 등축 조직은 전체의 57.30%를 차지하여, AR 값이 0.39 미만인 주상 조직(9.75%)보다 약 47.6% 더 높은 비율을 보였다. 나머지 32.95%는 AR 값이 0.39 이상 0.65 미만인 중간 AR 범위에 해당한다. 또한 결정입계 중 5° 이상 60° 이하의 고각 입계가 약 99%를 차지하였으며, 입계 개수는 약 15만 개, 총 길이는 43.5 cm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미세조직적 특성은 장시간 열 노출 및 재가열 과정에서 고각 입계가 증가하고 입계 구조가 재배열되었음을 보여주며, 열흔이 국부적인 과열·재가열 조건에서 형성된 조직임을 정량적으로 뒷받침한다.

표 1 용융흔 유형별(1차, 2차 단락흔, 열흔) 영역 비교 통합표

Table 1. Consolidated comparison by region for primary, secondary arc bead and thermal marks

영역 1차 단락흔 2차 단락흔 열흔

비용융부

AR = 0.73–0.99 (적색~주황색)

AR = 0.73–0.99 (적색~주황색)

AR = 0.65–1.00
(주황–적색)

경계부

AR = 0.46–0.64 (노랑~연두색)

AR = 0.46–0.64
(노랑~연두색)

AR = 0.21–0.39
(청록–녹색)

용융부·중심부

AR = 0.10–0.37
(청록~청색)

AR = 0.10–0.82
(청록~청색 및 일부 주황색)

AR = 0.56–0.91
(주황~적 및 일부 청록색)

그림 6 열흔 미세조직 IQ 및 AR 분포

Fig. 6 EBSD IQ and AR maps of the thermal mark

../../Resources/kiee/KIEE.2025.74.12.2393/fig6.png

3.3 PF·IPF 기반 결정방위 분포 분석

본 연구에서는 용융부에서 형성된 구리 결정립의 결정 방위 분포를 파악하기 위해 극점도(PF, Pole Figure) 분석을 수행하였다. 전자 후방산란 회절만으로는 개별 결정립의 방위 정보만 얻을 수 있지만, PF 분석을 통해 시료 전체의 결정 조직 발달과 우선 방위 경향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아크 방전으로 인한 용융부와 열적 영향을 받은 영역에서 재결정화 여부나 응고 방향성을 판별하는 데 PF 분석이 중요하며, 냉각 방향 및 열 전달 경로를 파악하여 1차, 2차 단락흔, 열흔의 형성 메커니즘의 특성을 분석할 수 있다. 또한 용융부 금속 조직의 응고 방향과 결정방위 특성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역극점도(IPF, Inverse Pole Figure) 분석을 실시하였다. IPF를 이용하면 시편 표면에 대해 특정 방향을 기준으로 한 결정방위 분포를 직관적으로 시각화할 수 있다. 따라서 PF 및 IPF 분석을 종합함으로써 각 용융 흔적의 결정학적 특성을 정량적으로 비교·판별하고자 하였다.

3.3.1 1차 단락흔 결정방위 특성 분석

그림 7은 1차 단락흔 용융부의 PF 분석 결과로써, (001) 방위의 강한 극점 집적이 중심 부근에 확인되었으며 (max = 4.098), 이는 균일한 온도 구배하에서 방향성 응고가 이루어졌음을 나타낸다. PF상의 극점 분포가 전체적으로 대칭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응고 중 열 흐름이 균일했음을 보여주며, 1차 단락 시의 급격한 용융 및 냉각이 비교적 안정적인 열 조건에서 진행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림 8은 1차 단락흔 용융부의 IPF 분석 결과로써, IPF 분석에서도 시편 표면 수직 방향((001) 방향)에 (001) 결정 방위가 강하게 집적된 것이 관찰되었다. 이는 1차 단락 순간의 급용융·급냉 환경에서 균일한 온도 구배가 형성되었음을 반영하며, 그 결과 응고 과정에서 재결정화보다는 일방향성 응고가 우세했음을 나타낸다.

그림 7 1차 단락흔 용융부의 극점도(PF) 분석 결과

Fig. 7 Pole figure (001) of the primary arc bead melt region

../../Resources/kiee/KIEE.2025.74.12.2393/fig7.png

그림 8 1차 단락흔 용융부의 역극점도(IPF) 분석 결과

Fig. 8 Inverse pole figure of the pprimary arc bead melt region

../../Resources/kiee/KIEE.2025.74.12.2393/fig8.png

3.3.2 2차 단락흔 결정방위 특성 분석

그림 9는 2차 단락흔 용융부의 PF 분석 결과로써, (001) 방향을 따른 약한 미세조직이 관찰되었다. 이는 비균일한 열 구배 환경에서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응고 거동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PF 극점도의 강도 분포가 1차 단락흔과 달리 좌우 비대칭을 보이는데, 이는 1차 단락 이후 국부적인 재가열로 인해 응고 방향성이 일부 변하였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미세조직적 특징은 해당 용융 흔적이 1차가 아닌 2차 단락흔임을 보여준다.

그림 10은 2차 단락흔 용융부의 IPF 분석 결과로써, 시편 표면 (001) 방향 기준으로 본 결정방위 분포에서는 (111) 방향에 가장 높은 집적도가 나타났고 (001) 및 (101) 방향으로 갈수록 상대적으로 강도가 낮아졌다. 또한,일반적으로 구리와 같은 면심입방 금속은 고속 응고 및 높은 열구배 조건에서 (001) 방향 결정립이 성장하기 쉬우나, 2차 단락흔에서는 오히려 (111) 방위의 집적이 두드러졌다. 이는 응고 시 국부적인 열 흐름이 균일하지 않았거나 2차 단락 과정에서 열이 한 번 더 가해져 응고 방향이 달라졌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그림 9 2차 단락흔 용융부의 극점도(PF) 분석 결과

Fig. 9 Pole figure (001) of the secondary arc bead melt region

../../Resources/kiee/KIEE.2025.74.12.2393/fig9.png

그림 10 2차 단락흔 용융부의 역극점도(IPF) 분석 결과

Fig. 10 Inverse pole figure of the secondary arc bead melt region

../../Resources/kiee/KIEE.2025.74.12.2393/fig10.png

3.3.3 열흔 결정방위 특성 분석

그림 11은 열흔 용융부의 PF 분석 결과로써, 열흔의 경우 시편 표면이 금속 융점 이하의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었으나 국부적인 용융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재결정화 또는 원자 확산에 의한 결정립 성장만 서서히 진행되었고, 방향성 응고나 뚜렷한 우선 결정방위는 나타나지 않은 채 미세조직이 형성되었다. 그 결과 PF 극점도에서는 전체적으로 강도가 낮고 넓게 분산된 약한 집합조직이 확인된다. 열흔 시편의 PF 분석에서는 최대 강도가 약 2.0 수준으로 매우 낮았으며 극점 분포도 전반에 걸쳐 고르게 퍼져 있었다. 이는 완만한 온도 구배 환경에서 장시간 열이 가해진 결과로 해석된다.

그림 12는 1차 단락흔 용융부의 IPF 분석 결과로써, IPF 극점도 역시 전체적인 결정방위 집적이 약하게 나타났고 (max = 1.246), (001) 및 (101) 방향을 따라 미미한 분포를 보였다. 이러한 분포 양상은 열흔이 형성될 당시 열 구배가 극히 완만하고 주위 환경 온도가 낮은 상태였음을 보여준다. 요컨대 열흔은 전기적 단락으로 인한 용융 흔적(단락흔)과 달리, 금속 표면이 융점에 이르지 않을 정도의 열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발생한 열 영향 흔적이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부분적인 재결정화가 일어나거나 기존 결정립의 방위가 서서히 변화할 뿐 방향성 응고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열흔 미세조직에서는 1차, 2차 단락흔처럼 특정 결정방위가 우세하지 않고 비교적 무작위한 결정방위 분포를 보이게 된다.

그림 11 열흔 용융부의 극점도(PF) 분석 결과

Fig. 11 Pole figure (001) of the thermal mark melt region

../../Resources/kiee/KIEE.2025.74.12.2393/fig11.png

그림 12 열흔 용융부의 역극점도(IPF) 분석 결과

Fig. 12 Inverse pole figure of the thermal mark melt region

../../Resources/kiee/KIEE.2025.74.12.2393/fig12.png

3.4 용융흔 Grain size 및 통계적 분석

표 2 용융흔 유형별(1차, 2차 단락흔, 열흔)의 PF/IPF 분석 결과 비교

Table 2. Consolidated comparison by region for primary, secondary arc bead and thermal marks

구분 PF
최대강도
IPF
최대강도
PF 우세
결정방위
IPF 우세
결정방위
온도 구배 영향

1차 단락흔

4.098
(001) 방향

2.792

(001)
강한 방향성

(001)

높음
(급용융-급냉 환경의 방향성 응고)

2차 단락흔

2.985
(001) 방향

2.327

(001)
중심 다중 극점

(111)

불균일
(국부 재가열 및 비대칭 냉각)

열흔

2.033
(001) 방향

1.246

무방위
집합조직

(001)~(111)
혼합 분포

완만
(용융점 이하 장시간 열노출)

Grain size는 금속의 열 이력과 냉각 조건을 반영하여 재료의 변형 정도와 조직 변화를 판단하는 데 활용되는 기본적인 미세조직 지표이다. 본 논문에서는 용융흔의 형성 과정과 열적 영향 범위를 정량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Grain Size를 분석하였다. 통계 처리는 전체 결정립 직경에 대한 산술 평균과 표준편차를 산출하는 방식으로 수행하였으며, 면적분율 기준의 Grain Size를 히스토그램을 통해 결정립 분포 특성을 분석하였다. 그림 13은 1차 단락흔 시편의 Grain Size 분석 결과를 분석한 것으로, EBSD 입도 분포는 불연속적인 다봉성 양상을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직경 약 20–120 µm 범위의 미세립, 170–300 µm 범위의 중간립, 390–500 µm 범위의 조대립 등 세 가지 입도 군이 계단형으로 구분되어 나타난다. 각 입도 군의 면적분율은 미세립 33%, 중간립 33%, 조대립 32%로 유사하며, 입도 분포상에서 319–369 µm 및 444 µm 부근에서 빈도가 급격히 감소하는 특징이 관찰되어, 세 입도 군이 뚜렷이 분리된 구조임을 알 수 있다.

면적 가중 평균 입도는 249.4 µm, 중앙값은 239.0 µm로 나타났으며, 표준편차는 165.4 µm, 변동계수(CV)는 약 0.66 수준으로, 비교적 넓은 분포 폭을 가지면서도 극단적인 비정상립 성장은 제한된 것으로 평가된다. 최대 입도 역시 506.3 µm 범위에서 제한되어 있어, 장시간 가열에 의해 소수의 결정립만 과도하게 성장하는 비정상립 성장은 뚜렷하지 않았다.

이러한 분포 특성은 1차 단락 사건에서 국부적인 급속 용융과 급랭이 동시에 발생한 열 이력을 반영한다. 용융흔 가장자리에서는 급랭으로 미세 등축립이 형성되고, 용융부 중심부에서는 상대적으로 조대한 결정립이 성장하는 전형적인 1차 아크 용융·응고 조직과 일치하는 결과이다. 이는 1차 단락흔 조직이 짧은 시간 동안의 국부 용융과 이후 급랭 과정에 의해 형성되었음을 정량적으로 뒷받침한다.

그림 13 1차 단락흔 Grain Size 분석

Fig. 13 Grain size analysis of first arc bead

../../Resources/kiee/KIEE.2025.74.12.2393/fig13.png

그림 14는 2차 단락흔 시편의 Grain Size 분석 결과를 나타낸 것으로, EBSD 입도 분포는 직경 150 µm 이하의 미세립이 약 51.6%를 차지하고, 직경 약 653 µm 수준의 조대립 단일 모드가 약 22.6%를 차지하는 뚜렷한 이봉성 분포를 보인다. 중간 입도 영역(약 250–300 µm 및 450–620 µm 범위)에서는 사실상 빈도가 관찰되지 않는 구간이 존재하며, 이는 미세립과 조대립이 두 단계로 뚜렷이 분리된 조직임을 의미한다. 분포의 면적가중 평균 입도는 259.2 µm, 중앙값은 136.5 µm로 나타났으며, 표준편차 248.4 µm(변동계수 CV는 약 0.96)에 해당하는 큰 산포를 보였다. 최대 입도는 669.7 µm로, 조대립의 성장이 대략 700 µm 이내에서 제한된 것으로 확인된다.

이와 같은 분포 특성은 화재로 인해 전선 주변이 고온으로 가열된 상태에서 2차 아크에 의해 일부 영역만 재용융되고, 이후 서냉 조건에서 제한적으로 비정상립 성장이 진행된 반면, 나머지 영역에서는 기존의 미세립 조직이 유지되었음으로 사료된다. 초기 미세립 피크가 유지된 상태에서 별도의 조대립 군이 추가로 형성된 양상은 화재 환경에서의 서냉 조건과 국부적인 2차 아크 재용융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형성된 2차 단락흔 특유의 미세조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14 2차 단락흔 Grain size 분석

Fig. 14 Grain size analysis of secondary arc bead

../../Resources/kiee/KIEE.2025.74.12.2393/fig14.png

그림 15는 열흔 시편의 Grain Size 분석 결과를 나타낸 것으로, EBSD 입도 분포는 68–109 µm 범위에 위치한 미세립의 주요 피크와 719–801 µm 범위에 위치한 저빈도 조대립 피크가 함께 존재하는 다봉성 분포를 보인다. 정량적으로 직경 150 µm 이하의 미세립이 전체 면적의 약 54%를 차지하며, 직경 638 µm 이상의 조대립이 약 20%(이 가운데 700 µm 이상이 16.5%)를 차지하여, 미세립이 우세한 가운데 일부 비정상립 성장이 동반되었음을 보여준다. 면적가중 평균 입도는 275.1 µm, 중앙값은 139.9 µm로 나타났으며, 표준편차 271.5 µm(변동계수 CV는 약 0.99)에 해당하는 매우 넓은 분포 폭을 보이고, 최대 입도는 821.1 µm까지 증가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균일한 열처리보다는 국부적인 고온 노출과 장시간 체류에 의해 입계 고정력이 약화되고, 그에 따라 입도 분포 폭이 확대된 것으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재용융 과정 없이 외부 열원에 의해 조직이 조대화되는 열흔 형성 메커니즘과 부합하는 분포로, 고온 노출 후 재결정 및 정상립 성장에 이어 국부적인 비정상립 성장이 추가로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림 15 열흔 Grain size 분석

Fig. 15 Grain size analysis of thermal mark

../../Resources/kiee/KIEE.2025.74.12.2393/fig15.png

4. 결 론

본 연구를 통해 EBSD 기법이 전기화재 현장의 구리 전선 용융흔 감정에 유효한 정량 분석 도구임을 확인하였다. 1차 단락흔, 2차 단락흔 및 열흔의 미세조직을 EBSD로 비교한 결과, 용융 발생 조건에 따른 뚜렷한 조직학적 차이가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는 EBSD로 획득한 입계 방위차(misorientation angle) 분포를 기준으로, 방위차가 15° 이상인 경계를 고각입계(High Angle Grain Boundary, HAGB)로, 15° 미만인 경계를 저각입계(Low Angle Grain Boundary, LAGB)로 구분하였다. HAGB 비율은 전체 입계 길이 대비 고각입계가 차지하는 비율로 산정하였다. 1차 단락흔 시편은 상온에서 발생한 급격한 아크 방전으로 인해 매우 미세한 주상 결정과 높은 고각입계(HAGB) 분율(약 60%)을 보였으며, 이는 순간적인 용융–급랭으로 재결정화가 활발히 일어난 결과이다. 2차 단락흔은 화재 열로 예열된 후 단락된 경우로서 세립과 조대립이 혼재된 조직과 중간 수준의 HAGB 분율(약 40–50%)을 나타냈다. 반면 열흔 시편은 전류 없이 외부 화염만으로 용융된 경우로, 조대한 등축 결정립 중심의 조직과 가장 낮은 HAGB 분율(약 25%)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미세조직 차이는 전류에 의한 급속 냉각 유무와 열전달 방식의 차이에서 기인하며, EBSD 분석을 통해 단락흔과 열흔을 객관적으로 식별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EBSD로 획득한 결정방위도와 통계 지표들은 기존의 광학 관찰이나 화학 분석으로는 얻기 어려운 정량적 증거를 제공한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고각입계 분율과 결정립 형상비의 조합을 통해 용융흔 판별에 효과적임을 제시하였으며, 이는 화재조사에서 조사자의 육안 판단을 보완할 과학적 기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제한된 전류 및 온도 조건에서 진행되어 실제 복잡한 화재 상황의 모든 변수를 포괄하지는 못하므로, 화재 환경의 다양한 조건에 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향후 여러 전류·시간·온도 시나리오에서 EBSD 데이터를 축적하고, 머신러닝 등 자동 판별 알고리즘과 연계하면 전기화재 감정의 신뢰성과 효율성이 더욱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본 연구 결과는 전기안전 및 법과학 분야에서 용융흔 감정의 표준화된 절차를 수립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EBSD 기반 미세조직 분석 기법은 전기화재 원인 감정에 있어 단락흔과 열흔을 구분할 수 있는 정량적 판별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화재 원인 규명의 과학화와 객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유효한 방법임을 확인하였다.

Acknowledgements

This research was funded by the Fire Agency and the Korea Evaluation Institute of Industrial Technology (KEIT), grant number RS-2025-03372990.

References

1 
S. Sachana, K. Morishita, H. Miyahara, 2023, Microstructural examination of molten marks on copper wire for fire investigation, Forensic Sci., Vol. 3, No. 1, pp. 12-19DOI
2 
D. Deng, 2020, Metallurgical analysis of the ‘cause’ arc beads pattern characteristics under different short-circuit currents, J. Loss Prev. Process Ind., Vol. 68, pp. 104305DOI
3 
Z. Yu, S. Chen, J. Deng, X. Xu, W. Wang, 2020, Microstructural characteristics of arc beads with overcurrent fault in the fire scene, Materials, Vol. 13, No. 20DOI
4 
S. Hong, S.-b. Bang, J.-h. Bang, J. Park, K.-d. Min, J.-s. Lee, 2023, Analysis of visual characteristics of short-circuited arc sites, Fire Technol., Vol. 59, pp. 559-580DOI
5 
K.-H. Liu, Y.-H. Shih, G.-J. Chen, J.-M. Chou, 2015, Microstructural Study on Molten Marks of Fire-Causing Copper Wires, Materials, Vol. 8, No. 6, pp. 3776-3790DOI
6 
S. I. Wright, M. M. Nowell, D. P. Field, 2011, A review of strain analysis using electron backscatter diffraction, Microsc. Microanal., Vol. 17, No. 3, pp. 316-329DOI
7 
D. B. Poker, C. E. Klabunde, 1982, Temperature dependence of electrical resistivity of vanadium, platinum, and copper, Phys. Rev. B, Vol. 26, No. 12, pp. 7012-7014DOI
8 
Y. J. Yuan, Y. Zhang, F. Chen, Z. Gu, 2024, An overview of Joule heating in energy storage materials and applications, J. Mater. Chem. C, Vol. 12, No. 37, pp. 14729-14753DOI
9 
M. Sun, D. H. StJohn, M. A. Easton, K. Wang, J. Ni, 2020, Effect of Cooling Rate on the Grain Refinement of Mg–Y–Zr Alloys, Metallurgical and Materials Transactions A, Vol. 51, No. 1, pp. 482-496DOI
10 
G. Nolze, A. Winkelmann, T. Tokarski, 2023, Use of electron backscatter diffraction patterns to determine the crystal lattice, J. Appl. Crystallogr., Vol. 56, pp. 418-433Google Search

저자소개

김정환(Jeong-Hwan Kim)
../../Resources/kiee/KIEE.2025.74.12.2393/au1.png

He received the B.S. and M.S. degrees in electrical engineering from HanbatNational University, Korea, in 2020 and 2021 respectively. He is currently a researcher with the Electrical Safety Research Institute of Korea Electrical Safety Corporation (KESCO). His research interests include electrical safety for the electric fire.

백대령(DaeRyeong Baek)
../../Resources/kiee/KIEE.2025.74.12.2393/au2.png

He received the B.S. and M.S. degrees in electrical, electronic and control engineering from Kongju National University, Korea in 2022 and 2024 respectively. He is currently a assistant researcher in the Electrical Safety Research Institute of KESCO.

최치우(Chi-woo Choi)
../../Resources/kiee/KIEE.2025.74.12.2393/au3.png

He received the B.S. and M.S. degrees iin Electronic and Electrical Engineering from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Korea in 2021 and 2023 respectively. He is currently a assistant researcher in the Electrical Safety Research Institute of KESCO.

박광묵(Kwang Muk Park)
../../Resources/kiee/KIEE.2025.74.12.2393/au4.png

He received the B.S. degrees in electrical engineering from Deajin University, Korea, in 2008 and the M.S. and Ph.D degrees from Jeonbuk National University, Korea, in 2018 and 2024. He is currently senior researcher in the Electrical Safety Research Institute of Korea Electrical Safety Corporation.

김정기(Jeong-Gi Kim)
../../Resources/kiee/KIEE.2025.74.12.2393/au5.png

He received the B.S. degrees in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ing from Jeonju University, Korea, in 2021 and the M.S. degrees in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ing from Korea University, Korea, in 2023. He is currently a assistant researcher in the Electrical Safety Research Institute of KESCO.

이진식(Jinsik Lee)
../../Resources/kiee/KIEE.2025.74.12.2393/au6.png

He received the B.Sc., M.Sc, and Ph.D. degrees in Electrical Engineering from Chonbuk National University, Korea, in 2011, 2013 and 2021, respectively. He is currently a researcher with the Electrical Safety Research Institute of Korea Electrical Safety Corporation (KESCO). His research interests include electrical safety for the installation faults and electric fire.

김재현(Jae-Hyun Kim)
../../Resources/kiee/KIEE.2025.74.12.2393/au7.png

He received the B.S. and M.S. degrees in Electronic and Electrical Engineering from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Korea, in 1999 and 2001 respectively. He is currently a senior researcher in the Electrical Safety Research Institute of KESCO. And he researches and developes various technologies to prevent electrical equipment accidents.

전정채(Jeong Chay Jeon)
../../Resources/kiee/KIEE.2025.74.12.2393/au8.png

He received the B.S. degrees, the M.S. degree and Ph.D. in Electrical Engineering from Wonkwang University, Korea, in 1997, 2000 and 2015 respectively. He is currently a chief researcher and a center director in the Electrical Safety Research Institute of KESCO.